몇 가지 독일과 축구 문화에 얽힌 쓸데없는 잡글

x.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권은비씨 해외 리포트를 보면서 몇 가지 독일과 축구 문화에 얽힌 쓸데없는 잡글. 편한 마음으로 읽을수록 좋다.

– 베를린에서는 브라질 월드컵의 이면에 가려진 브라질 민중들을 지지하는 국제연대행동이 조직적으로 있었다. 나랑 같이 사는 친구들은 모두 이번 월드컵 자체에 반대해왔다. 물론 우리 중 절대 다수가 축구 자체에 흥미를 못 느낀다.

– 내가 아는 모든 독일 친구들 중에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 마저도 독일 vs 브라질 전에서는 모두 브라질의 우승을 기원하고, 독일 vs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

– 독일이 축구에 대해 열광적인 국가인 것 같지만, 한편으로 축구 열기와 함께 물타기 하는 나치들의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도 굉장히 많다.

– 독일 사람에게 “축구 좋아해?” 같은거 묻지마라. 처음 베를린 왔을 때 만난 친구와 할 말이 없어, 무심결에 종종 물었던 질문에 ㅡ 내 주위의 ㅡ 독일 친구들은 “독일인이라고 다 축구 좋아할거라고 생각하지마! 나는 축구하는 애들 다 멍청해보여!” 라고 대답해주었다. 아… 내가 미안하닼!!!!
+ 여담으로 아일랜드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pogues’ 와 ‘brian jonestown masscre’ 의 왕 팬이라고 하니까 금방 친해졌다. 이번 역시 무심결에 “나 술 존나 좋아하는데, 아일랜드 사람들 진짜 다 술 많이 마심?” 이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내게 “야,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다 말술일거라 생각해?” 라고 내게 되물었다. 순간 존나 당황했는데, “어.. 근데 그건 진짜야” 라 대답하며 맥주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우린 바닥이 하늘 같을 때까지, 하늘이 바닥같을 때까지 진탕 술을 마셨다.

– 월드컵 기간동안 독일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펑크/하드코어 클럽과 바들에서는 작은 이벤트를 한다. 독일 국기 열개를 주워가면 입장료를 받지 않거나 술을 공짜로 준다. 그 공연장과 바들은 국기 다 모아서 버리거나 ‘검정/빨강/노랑’ 의 독일 국기에서 노란 부분을 찢어내고, ‘아나코-생디칼리즘’ 을 상징하는 ‘흑적기’ 로 만든다ㅋㅋㅋㅋㅋㅋ 물론, 이 것은 ‘안티-파시스트’ 를 상징하는 깃발이기도 하다.

– 이런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올림픽이라던가 특히나 월드컵, 유로리그 같은걸 할 때, 네오나치들이 그 열기를 발판삼아 정치적 이슈에 민족주의 물타기를 한다. 그냥 쉴 새 없이 떠들기 때문에 대화도 안 되고, 그야말로 멍청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일반 시민들도 종종 짜증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현재는 금지되었지만, 작년까지만해도?! 베를린 전철 내에서 맥주 마시는 것이 합법이었기 때문에 평일에 흔히 맥주 한병 빨며 퇴근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 훌리건 새끼들 때문에 전철 내 음주가 공식적으로 금지 되었다. 이 상놈들이 전철 내에서 얌전히 쳐마실 것이지 담배를 피우고, 떼창을 하는데다가 종종 주행중인 전철을 흔들어 전철이 멈추게 만든다. 아무튼 아직도 평일에 퇴근하며 맥주 한병 빠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고, 주말이면 맥주, 샴페인, 와인, 보드카, 위스키까지 빠는 젊은 청년들을 볼 수 있다.

– 한국의 축구팬들이 유럽 축구 문화중 훌리건에 문화에 대해 판타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해한다. 하지만 훌리건이 아닌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경기 보는게 아니라 길거리에서 훌리건들과 섞여있고, 이 문화에 대해 제대로 인지 하지 못하며, 언어에 소질이 없다면 당신은 금새 위험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나이 좀 있는 훌리건들은 그래도 괜찮은데, 그 훌리건들의 나이가 10대 후반~ 20대 초반이라면.. 나는 그냥 거기 있고 싶지 않다.

– 개인적으로 Hertha BSC Berlin 훌리건들의 바에 가본 경험이 있는데, 졸려 죽는 줄 알았다. 바 벽에 스페셜스나 칵스패러 포스터가 좀 붙어있어서 좀 흥미로웠는데, 그래도 존나 재미없는건 변함 없다. 미친놈들이 계속 응원가를 부르는데, 옆에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안들린다. 사람이 존나 많아서 맥주 한잔 술 시키려면 15분은 멍청이처럼 서있어야 한다.

– 축구에 흥미가 없지만, 들은 바에 의하면 Hertha BSC Berlin은 그렇게 뛰어난 구단은 아니다. 그럼에도 훌리건이 아닌 베를린 시민들이 좋게 보는 이유는 어린 선수를 잘 키워다 유명 구단에게 비싸게 팔아 생긴 수익으로 베를린의 빈민들에게 자선사업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팔려간 선수는 장성하여 베를린으로 종종 놀러와 팬들과 같이 한다고ㅠ

– 축구에 흥미가 없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vs 독일 경기가 있던동안 잠을 청했다. 그런데 미친 앞건물 새끼들이 건물 안 뜰에서 폭죽을 미친듯이 터트려서 여러번 잠에서 깼다. 독일 폭죽은 불꽃이 아니라 소음을 내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소음이 총성과 거의 비슷한 수준, 옆에서 들으면 알고 들어도 깜짝 깜짝 놀랜다.

– 독일에도 폭죽같은 큰 소리는 예로부터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이 있다. 때문에 연말에 폭죽을 터뜨리는 것도 겨울귀신 등을 새해 맞이하면서 얼씬도 못하게 폭죽을 터뜨린다. 독일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어림잡아 폭죽경제가 1억 천만 유로나 된다고 한다. 독일에서 폭죽은 법적으로 12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 18세 이상의 사람에게만 판매가 가능하다. 법이 규정하는 바에 의하면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오로지 12월 31일에서 1월1일까지만 허용되는데, 새해 맞이(Silbester, 질베스터)에도 폭죽이 금지된 지역이 있다. 예를 들어 교회나 병원, 어린이집, 양로원이 인접한 곳에서는 안 된다. 2009년 10월 1일부터는 갈대지붕이나 목골골조 가옥 근처에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5만유로의 벌금을 낼 수도 있다. 튀링엔 주의 뮬하우젠에서는 94년 불꽃놀이로 시청이 불에 탘ㅋㅋㅋ버렸다고 한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튀빙엔에서는 17세기와 18세기의 집들 세 채가 타버려 수백만 유로의 재산 손실을 낳았다고 한다. 하르츠 국립공원에서도 금지인데, 야생동물을 청각 고문시키는 것이기도 하며, 불꽃이 새들의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http://www.welt.de/vermischtes/article11882716/In-diesen-Staedten-darf-nicht-geboellert-werden.html

x. 마지막으로 뮌헨 올림픽 이전, 독일에서는 국가별 대항전이 있을 때에도 독일 국기를 걸기만 해도 민족주의자나 나치로 여길 정도로 지난 역사적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